안녕하세요? 홍쪼이 입니다.
독립영화는 포장되지 않은 인간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이야기하기에 영화를 보면서도 감정소모가 심할 때가 있지요.
오늘은 그 감정소모의 최고치를 기록한 영화, ‘박화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너무나 보고싶은 영화인데도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영화였어요.


“니네는 나 없으면 어쩔번 봤냐?” -박화영 캐리커쳐

영화 박화영 (2018.07.19)/ 한국
감독 이환
출연 김가희(박화영 역), 강민아(은미정 역), 이재균(영재 역), 이유미(세진 역)


10대 소녀인 박화영의 집에는 비행청소년들이 모여 삽니다.
부족한 돈은 박화영이 자신의 친엄마에게 전화하여 욕설을 서슴치않으며 뜯어내 충당하고는 해요.
자신을 버린 엄마에게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면서, 비행청소년들에게는 ‘엄마’라 불리기를 원하는 화영.
엄마라는 존재에 강한 결핍을 느끼면서 동시에 스스로가 엄마 역할을 자처하여 그 결핍을 채우려 하는 인물입니다.

박화영에게는 특히나 중요한 ‘은미정’.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인 ‘영재’.
은미정은 연예인 지망생으로, 다른 지망생들에게 무시당하는 일이 잦습니다.
특히 부족한 형편 때문에 옷이나 신발, 돈에 대한 집착을 보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은미정에게 박화영은 언제나 도움이 되고 싶어 하며 희생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은미정의 남자친구 영재는 박화영이 은미정의 ‘엄마’이기 때문에 은미정과의 사이가 틀어질 때마다 화영에게 화풀이를 합니다.
미정은 자신의 이익만을 좇으며 사람들을 도구처럼 이용합니다.
영재의 권력을 자신의 권력으로 만들려 했고, 힘들 때에는 화영을 찾지만 이내 무시해버리지요.
세 사람의 감정선은 불친절하게, 그리고 거칠게 보여집니다.
가끔은 이 세 사람들이 ‘행복한 엔딩’을 맞지 않을까 싶은 희망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한여름밤의 꿈 같은 일이에요.

은미정은 돈을 노리고 한 남자에게 접근하게 되고, 화영은 미정을 끝까지 지키려 했고,
뒤늦게 달려온 영재는 화를 참지 못하고 남자를 살해합니다.
그리고 살해죄는 고스란히 ‘엄마’인 박화영이 뒤집어 쓰게 되지요.

교도소에서 출소한 화영과 미정이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들의 삶은 이전과도, 그리고 서로와도 너무나 달라져 있습니다.
연예인의 삶을 이어가는 듯 하며 더 화려해진 미정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화영의 모습은 크게 대비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비행청소년들을 집에서 돌보며 또다시 ‘엄마’ 역할을 자처하고, 이들에게도 고집하는 화영.
쓰고 있던 가발을 다시 벗을 때엔 화영이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음을 암시합니다.



영화속 인물들은 불편하리만큼 현실적이고, 현실 어딘가에서 실제로 숨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만큼 영화를 보는 내내 괴로울 수밖에 없는 영화였어요.
영화 제작 후에 배우들이 심리상담을 받았다는 소문도 들었는데, 부디 그런 치유 과정이 꼭 있었길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주연인 박화영 역의 김가희 배우는, 얼마전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5화에 등장한,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해주는 딸 역할로 출연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 박화영을 위해 살을 일부러 찌운것을 알고 있었지만, 체형과 별개로 정말 다른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같은 사람이라고는 쉽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그만큼 연기 스펙트럼이 다양한 대단한 배우라는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의 작품이 더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는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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