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면서도 힐링이 되는 미드소마 이미지...]

미드소마 Midsommar 2019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윌 폴터, 윌리엄 잭슨, 빌헬름 브롬그렌

영화 ‘유전’으로도 유명한 아리에스터 감독. 유전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지만
영화 미드소마는 아직 업로드가 되지 않았지요.
그런데 네이버에서 무료로 공개해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드소마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아씨들’ 등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플로렌스 퓨’가 주인공 ‘대니’ 역을 맡아
더욱 흡입력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스포일러 포함]
대니에게는 우울증을 앓는 동생이 있습니다. 언제나 그녀를 걱정하느라 대니 역시 신경이 곤두선 상태이지요. 어느날 동생이 쓴 죽음을 암시하는 메세지를 발견하고, 가족들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한편 대니의 애인 크리스티안은 대니의 사정을 알고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친구들과의 자리를 갖습니다. 친구들은 진작부터 대니와 헤어질 준비중이면서 왜 미루냐고들 하지요.
그리고 대니에게서 걸려온 전화. 부모님과 동생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며 오열하는 대니.
그리고 그 후 친구들끼리 스웨덴에 갈 계획을 세우던 크리스티안과 친구들 사이에 대니도 함께 하게 됩니다.
밤도 새해얀 백야가 펼쳐지는 스웨덴의 낮이 가장 긴 날 열리는 스웨덴의 한여름 축제 미드소마에 참석하게 된 것이지요.
앞장서는 스웨덴 친구 펠레는 영국 친구 커플도 함께 초대하고,
공동체라는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아주 친절하게 환영합니다.
대니에게도 말이지요. “Welcome home.”

대니의 생일 선물로 대니의 그림을 준비한 펠레. 하지만 애인인 크리스티안은 잊은지 오래.
그는 두 사람이 사귄 기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등, 대니에게 시종일관 무심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름다운 축제는 90년만에, 9일간 이루어진다고 해요.
그런데 두 노인이 경건하게 인사를 하고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절벽에서 스스로 떨어집니다.
이 때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던 영화의 분위기는 여전히 따뜻한 색감 위에 선명한 붉은 피를 덧칠하여
더욱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벽에서 떨어지고도 숨이 붙어있던 노인은 마을 사람들이 직접 숨을 끊어버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겪은 후에 죽음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영혼을 더럽히는 일이라는 사람들.

영국인 커플들이 먼저 도망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엇갈리는 여자친구는 뒤늦게 장로가 알려준 장소로 달려가고, 그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비명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친구 마크는 마을에서 조상이라며 신성히 여기는 고목에 소변을 본 후 식사시간에도 목석같은 마을 사람들의 눈총을 받게 됩니다. 그 후 한 여자가 보여줄 것이 있다며 마크를 데려가고 그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미드소마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던 조쉬는, 이 축제에 강한 흥미를 보이며 역시나 논문 주제를 갑작스레 미드소마로 정하려는 크리스티안과 부딪힙니다.
그리고 녹화가 금지된 성전을 몰래 찍으러 밤에 접근했다가 마크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쓴 사람과 마주칩니다.

크리스티안에게는 ‘마야’라는 여성이 계속 눈길을 보냅니다.
이 와중에 대니는 마을 사람들이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을 돕기도 하고, 축제를 위해 마을 사람들과 같은 하얀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 춤추는 단 한 명이 ‘메이퀸’이 되는 여성들의 행사에 참여하게 되지요. 한 바퀴 돌면 돌 수록 현란해지는 화면과 대니의 정신. 어느순간 스웨덴어로 말을 거는 여성의 말을 대니는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니가 메이퀸으로 선정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웃으며 그녀를 축하합니다. 꽃으로 둘러싸여 이동하고, 식사 자리에서 대니가 나이프를 든 후에야 마을 사람들도 따라서 나이프를 들지요.

한 편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던 크리스티안에게 마야가 눈길을 보내며 어딘가로 떠나고, 마을 사람들이 크리스티안 앞에 꽃길을 깔아줍니다. 그것을 밟고 크리스티안은 마야에게도 도달합니다.

마야가 내는 소리, 표정과 마치 동화된듯한 마을 사람들.
돌아온 대니가 그 소리를 따라와 크리스티안과 마야를 목격하고, 대니는 오열합니다.



절망하는 대니와 함께 오열하는 사람들.
대니의 마음은 지금까지 크리스티안 등의 중요한 사람들에게 닿지 못하고 튕겨나오기만 했지만, 혼자였던 대니에게 진심으로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긴 듯 합니다.

축제에는 9명의 재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노인 두 명과 영국커플 두명, 자원한 마을 사람 두 명(하지만 실제로 자원인지는 알 수 없는..),
마크와 조쉬까지 8명이지요.
그리고 남은 한 명은 마을 사람 중에 마치 로또처럼 추첨을 하게 되는데,
장로는 대니에게 선택을 맡깁니다.
마을 사람을 택할것인가, 크리스티안을 택할 것인가?

신성한 장소에 모인 9명. 마지막은 크리스티안이었습니다.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는 신성한 장소를 바라보는 대니는 마지막에 그 어느때보다 환한 표정을 짓습니다.


——

대니의 표정 때문에 우스갯 소리로 영화 미드소마는 최고의 힐링물이라는 말도 있지요^^
하지만 축제 기간 총 9일중에 이제 겨우 4일째라는 게 이후의 상황을 낙관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는 것..
‘메이퀸’은 재물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더라구요.
아마도 대니 이전의 메이퀸들은 마지막 재물로 희생됐을 가능성이 큰 듯 합니다.
하지만 가족에게도 애인에게도 기댈 곳 없던 대니가 처음으로 속하고, 인정받는 사회에서
대니는 아마도 그들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숫자, 점괘 등에 지나치게 집착하던 마을 사람들에게 ‘9명’재물 이후에 한 명이 더해지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재물을 끌어들인 펠레는 최고의 영예를 얻게 된다고 했는데, 그가 대니를 대하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은 것도 이런 예상에 한 몫 했습니다.

사회를 한 번 더 꼬아 보는 감독 아리 에스터 답게 마냥 무겁기만 한 공포영화도 아니었고,
백인이 고수해온 전통을 흑인이 파헤치는 역할을 맡는 것도 새로웠어요.
유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영화여서 더 좋았습니다. 이후의 작품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 Recent posts